실사총담 (實事叢談) 리뷰 선조들의 해학과 삶을 보다
실사총담은 1918년 문인 최영년 작가가 조선시대 문헌들에서 발췌한 이야기들을 엮은 책입니다. 총 2권으로 구성 돼 있는데요. 사실 저는 동서를 막론하고 고전문학 부류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실사총담도 업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읽었는데, 읽다보니 이야기가 무겁지 않고 생각보다 재밌어서 2권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완독을 했습니다.
현재 이 책은 품절 상태입니다. 저도 어렵게 구했는데요.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책 리뷰를 남겨보고자 합니다.
실사총담 리뷰 , 친절한 국역이 좋았다
실사총담은 1권은 총 99편, 2권은 166편의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조선시대 문헌인 계서잡록, 송천필담, 죽창한화, 기문총화, 기인기사록 등등 다양한 설화,야사,야담 문헌에서 발췌한 자료들을 모아 책으로 묶어낸 일종의 잡록집입니다.
국한문 혼용체로 되어있는데, 풀이가 잘 돼 있어 읽기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이야기를 국역하여 옮긴 김동욱 교수가 굉장히 꼼꼼하고 친절하신 분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보통 고서들을 보면 표현과 언어로 인해 해석이 어려워 진도가 나가기 어려운데, 설명이 필요한 곳에는 역주를 책 아래 붙여놔서 이해도 쉬웠고요.
예를 들어 계서잡록의 경우 정본만 존재하고 있고 현재 국역된 책이 없는 상태입니다. 저 같은 일반 독자가 접근하기에 쉽지는 않지요. 비록 일부만 발췌되었으나 일부나마 이렇게 친절하게 국역이 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김동욱 교수님!)
왜 책 제목이 실사총담(實事叢談) 일까?
본래 이 책은 동연파적록으로 지으려고 했다고 합니다. 동연파적록(凍硯破寂錄). 파적록은 심심풀이로 쓴 책을 의미하는데 저자가 겨울 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읽은 책이라 破寂錄 앞에 凍硯을 붙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여튼저튼 그의 친구가 이 책을 읽어보고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니 실사총담이라고 하는 것이 어떤 것이냐고 권해서 실사총담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책의 제목대로 책에 엮인 이야기들은 조선시대 실제 인물들이 등장을 합니다. 조선시대의 왕은 물론이고 김시습, 박문수, 신숙주, 박팽년, 이항복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던 인물들의 일화와 나그네, 선비, 기생 등등 이름 모를 일반 백성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수록 된 이야기들 대부분이 100자 ~2000자 내외로 짧은 단편들로 수록 돼 있습니다. 뭔가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의 대단한 이야기들은 아니었습니다. 감동적이고 교훈적인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시시껄렁한 이야기도 있었고, 진짜일까? 생각이 드는 기이하고 의심스러운 이야기들도 있었습니다.
수록 된 이야기 중 한 편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항복에게 죽어 신령이 된 복성군 찾아왔는데, 복성군이 이항복 당신은 귀하게 될 상이라며, 당신의 말은 믿을 만한니 자신이 죽음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물었습니다. 이항복은 많은 사람들이 복성군의 죽음을 안타까워 한다 라고 말하자 복성군이 그 말에 눈물을 흘리며 그 말이 사실이라면 아홉 번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고 대답하며 돌아갔다고 합니다.
실린 이야기들이 사실인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신비롭고 허구적 성격이 강한 설화와 다르게 실제 존재했던 시대적 배경과 익숙히 알고 있는 인물들이 이야기라서 그런지 지루하지 않게 읽혔습니다.
개인적인 생각
개인적으로 실사총담이라는 제목보다 원래 지으려고 했던 동연파적록이 더 적절한 제목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짜일까 의심스러운 이야기들도 상당히 많았거든요.
뭔가 큰 교훈을 얻어갈 수 있는 성격의 책은 아닙니다만, 선조들의 삶과 소소한 일상 재밌는 일화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품절 상태라 책을 구하기는 어려우니 가까운 도서관에 비치 돼 있으면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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